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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회 2부 - 나를 키운 팔할의 음식


글쓴이: 시로군 * http://blog.naver.com/leesiro

등록일: 2012-01-16 18:56
조회수: 2193 / 추천수: 3


소풍 등.JPG (93.6 KB)
편육.JPG (146.0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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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신 분들(3명)
Dog君 , 그지 , 데드캣
 
소풍, 간절하게 참 철없이, 심야식당
모처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전통 편육
스프를 서독(통독 이전) 비간트 사의 기술력으로 만들었음을 강조하고 있는 해피 소고기 라면!
일본의 모처에서 구한 양념통들
부엉 님이 준비한 치밀한 방송 대본. 방송에서 언급된 각종 음식들의 레시피가 숨어 있습니다. ^^
=-=-=-=-=-=-=-=-=-=-=-=-=-=-=-=-=-=-=-=-=-=-=-=-=-=-=-=-=-=-=-=-=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물외냉국

안도현

외가에서는 오이를
물외라 불렀다
금방 펌프질한 물을
양동이 속에 퍼부어주면 물외는
좋아서 저희까리 물 위에 올라앉아
새끼오리처럼 동동거렸다
그때 물외의 팔뚝에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 것을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다
물외는 펌프 주둥이로 빠져나오는
통통한 물줄기를 잘라서
양동이에 띄워놓은 것 같았다
물줄기의 둥근 도막을
반으로 뚝 꺾어 젊은 외삼촌이
우적우적 씹어먹는 동안
도닥도닥 외할머니는 저무는
부엌에서 물외채를 쳤다
햇살이 싸리울 그림자를
마당에 펼치고 있었고
물외냉국 냄새가
평상까지 올라왔다


*
안동식혜

안도현

경북 북부지방 여자들은 음력 정월이면 가가호호 식혜를 만드는데, 찹쌀을 고들고들하게 쪄서 엿기름물에 담고 생강즙과 고춧가루 물로 맛을 내 삭힌 이 맵고 달고 붉은 음식을 특별히 안동식혜라고 부른다

안동식혜를 담아온 사발에는 잘 삭은 밥알이 동동 뜨고 나박나박 썬 무와 배도 뜨고 잣이나 땅콩 몇알도 고명처럼 살짝 뜨는데, 생전 이 음식을 처음 받아본 타지 사람들은 고춧가루에서 우러난 불그죽죽한, 그 뭐라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이 야릇한 식혜의 빛깔 앞에서 그만 어이없어 '아니, 이 집 여인의 속곳 헹군 강물을 동이로 퍼내 손님을 대접하겠다는 건가?'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뿐이랴, 금방이라도 서걱서걱 소리가 날 것 같은, 입 안으로 들어가면 잇몸을 순식간에 화끈 찌르고 말 것 같은 살얼음이 사발 위에 둥둥 떠 있으니 도저히 선뜻 입을 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안동에 사는 굴뚝새들은 잠 아니 오는 겨울밤에 봉창을 부리로 두드리며 "아지매요, 올결에도 식혜했니껴?" 하고 묻고, 이런 밤 마당에는 목마른 항아리가 검은 머릿결이 아름다운 눈발을 벌컥벌컥 들이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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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내용]
병맛책수다 12회 주제는 음식입니다. 어렸을 적 등따숩고 배부르게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리'가 아니라 '음식'이라는 점에 주목해주세요~ ^^ 참, 방송을 듣기 전에 반드시 순대나 떡볶이 같은 간식이라도 '섭취'하시길 권장합니다. 빈 속에 또는 심야의 방송 청취는 심각한 심신의 고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출연진: 시로군, 욘짱, 부엉이 님, 란 님

    
부엉부엉   2012-01-18 08:44:32 [삭제]
국립의료원 편육 쟁탈전 이야기때 bgm으로 나오는 띵리리 딩딩~ 띵디리 딩딩~ ㅋㅋㅋ
깨알같은 편집 수고 많으셨습니다!!

근데 광고에 나오는 허세 대단한 저 목소리는 누군가요?? 신성일? 궁금합니다~
  2012-01-18 18:47:28
편육 일화는 언제 들어도 재밌단 말이지요...ㅋㅋㅋㅋㅋㅋ
오래살진 않았지만 내 평생에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뛰어넘을 만한 사건으로 올려놨습니다ㅋㅋ
데드캣   2012-01-18 23:44:40
편육 쪽 ㅋㅋㅋ 긴장감이 굉장했는데 마지막이 허무하군요 ㅋㅋㅋ
간장게장 시는 좀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으아 먹는것에 이런 의미를 부여하면 앞으로 먹기가 힘들어져요 ㅠㅠ

저의 추억의 음식은, 제가 나이가 아직 20대다 보니 주로 불량식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밭두렁, 아폴로, 쫀디기, 휘파람캔디, 곰돌이 젤리, 참새방앗간, 마이구미, 아이셔 같은 ㅎㅎㅎㅎㅎㅎㅎ
  2012-01-19 10:33:58
진짜 2부 재밌어서 두번들었음 ㅎㅎㅎ
고기먹고 입가심으로 라면 먹는 것도 신선하네요ㅋ
시로군   2012-01-20 06:28:15
부엉부엉 // 처음 광고에 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두둥... 남궁원씨입니다. 영화는 <빨간 마후라>고요. ㅎㅎ '허세'라고 하지 말고 '남자다운 목소리'라고 해두죠.

이상북 // 고기먹고 라면으로 입가심.. 하는 부엉님이야말로 '상남자'!

데드캣 // 간장게장 시... 낭독 후에 그래도 간장게장이 땡기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먹어본 지도 오래되었으니.. 쩝..
부엉부엉   2012-01-20 09:56:50 [삭제]
팁을 드리자면 고기를 적당히 드시고(많이 드시면 라면 들어갈 공간이 없으니..)

끓여드시는 라면보단 신라면 작은컵라면 정도가 적당합니다~ (배부르면 귀찮음 지수가 올라가니ㅎ)

취향에 따라 삼양 멸치칼국수나. 양이적은 스낵면도 좋쿠요~~ㅋㅋㅋ
짐승   2012-01-20 16:24:19 [삭제]
진정 용기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건 "미인" 뿐이 아니었던 거로군요 ^^
"숨겨 왔던 나의~~♪ 수줍은" 식도락 본능을 일깨워야 되겠어요 ㅎㅎ
그지   2012-01-20 22:26:59
감자면 마니아입니다. 동네슈퍼에선 구경하기 힘들고 조금 규모가 있는 마트에 가야 살 수 있답니다. 각종 소스에 면을 찍어 먹는 재미도 좋습니다. 카레나 계란 노른자, 칠리소스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죠. 술 마신 다음날, 면을 잘게 부순 후 밥을 넣고 죽처럼 끓여 참기름과 깨소금을 듬뿍 넣고 먹으면 대박.~~

부엉님이 고기와 라면을 함께 드신다면 저는 후라이드 치킨과 동치미국물에 가는 국수를 말아 함께 먹는답니다. 느끼하지도 않고 정말 맛있습니다.~^^
실비아   2012-01-27 16:31:05 [삭제]
전 '이라면' 좋아했었는데 ,, 기억하는사람이 없어서 섭섭 ^^
시로군   2012-01-28 00:47:07
그지 // 카레, 노른자, 칠리소스... 라니... 라면의 신세계를 보여주시는 겁니까! 거기다 면을 잘게 부숴 참기름과 깨소금이라니...! 저도 먹는 거에 관해서 한 '느끼'하는 남자인데, 이 역시 새로운 세계로군요! (근데 얼핏, 컵라면으로 나온 '참깨라면'과 비슷한 맛이 날 것 같기도 하네요..ㅋ)

실비아 // 오, '이라면'...! 뭔가 cm도 생각이 날듯 말듯.. 그러고 보면 라면 종류가 참 많아요.
  2012-01-29 13:20:02
실비아// 기억 못하다니요.저는 이라면 이라는 게 처음 생겨서 티브이 광고를통해 라면 이름 공개 모집할때 엽서도 보낸사람 입니다.저는 '우리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응모를 했었는데 나중에 싱겁게도 라면 이름은 '이라면'으로 결정됐죠.당시로썬 드물게 건더기 스프가 푸짐했던 라면으로 기억해요*_*
Dog君   2013-01-11 11:26:30
그간 부엉이님의 식견으로 볼 때, 이번 방송에서 추천해주신 맛집들은 신뢰가 충분히 갑니다.
성동구민이지만 그 쪽 갈 일 있을 때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부엉이님의 방대한 지식 덕분에 방송 하나하나가 알찹니다.

저도 '해피라면'은 생각납니다. 할머니가 한번 끓여주신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라면 중 best1 기억입니다.
그러고보니 할머니가 메주 띄우는 건 거의 인간문화재급으로 하셨는데...
지금은 기력이 쇠하셔서 그 된장을 못 먹은지 벌써 몇 년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지노모도나 주영하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드물게 음식이라는 일상에 인문학적인 통찰을 더한 분이라, 그 작업도 무척 흥미로운 분이죠.
(서울대 사회학과의 정근식 선생님도 아지노모도 관련하여 연구논문을 쓰신 것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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