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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이 새롭다
아이가 직접 쓴 글씨. 여기선 장난감 자동차가 단 돈 백 원이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다.  
아니다.  오래된 것은 진한 삶의 향기가 배어 있어서 새것에 비길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뚝섬 벼룩시장에서 제일 처음으로 눈길을 잡은 건 오랫동안 장난꾸러기 한 아이에게 친구가 되어주었을 장난감 자동차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크기에 쇠로 만들어졌는데 의외로 정교하게 색까지 입혀져 있다.  이 아이는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자동차를 단돈 백 원에 판다.  요즘엔 백 원짜리 라면도 없다.  더위를 달래주는 아이스크림도 백 원짜리는 없다.  그런데 작고 귀여운 자동차가 백 원이란다.  아이는 골판지에 굵은 글씨로 백 원이라고 써서 들고는 목소리를 높인다.  당장에 동대문으로 진출해도 성공할 만 하다.

가만히 지켜보니 다른 아이가 몇 명이 이 자동차를 사간다.  부모가 준 용돈 백 원을 소중히 두 손으로 내민다.  파는 아이 역시 두 손으로 돈을 받는다.  지금에야 백 원정도면 크지도 않은 돈인데 그까짓 백 원이 두 아이의 눈을 초롱 하게 만든다.

시민들이 만드는 벼룩시장에서는 주로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자기가 쓰던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데 가격이 워낙 싸서 장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차피 팔러 나온 사람들도 다른 사람이 파는 물건 중에서 필요한 것을 골라서 사기 때문에 장사라기보다는 물물교환을 하는 것처럼 온 종일 시끄럽다.

여기에서 팔리는 모든 물건은 오래된 것들이다.  원칙적으로 새것은 팔수가 없다.  그렇지만 오래된 모든 물건에서는 각자의 향기가 나온다.  향기가 나와서 뚝섬 전체를 덮는다.  오늘처럼 더운 날씨엔 사람들은 양산을 쓰기도 하고 예쁜 색깔의 모자를 쓰기도 한다.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와 사람들의 머리위에 피어난 꽃무늬들이 어우러져 이곳은 마치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흐드러진 꽃밭 같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대자연 같다.  백화점에서 파는 새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근함에 사람들은 모두 친구가 된다.  민들레와 할미꽃이 서로 다르지만 친구인 것처럼, 소나무와 아카시아가 서로 다르지만 친구인 것처럼, 땅과 하늘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친구인 것처럼 알지도 못하는 우리 모두는 친구가 된다.  오래된 물건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주고 있는 여기가 바로 그 어느 백화점 명품관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람들의 열린 장터다.

2005.06.18
    
제목: 낡은 것이 새롭다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07-03-04 16:23
조회수: 2799 / 추천수: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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