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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목측식 필카
Ricoh FF-1s 필름카메라. 1980년생이다.
렌즈부분 덮개를 닫으면 크기는 담뱃갑 정도로 작고 가볍다.
짜잔!
덮개를 열면 귀여운 렌즈가 툭 튀어나온다.
자동은 아니지만 초점과 조리개를 손으로 돌려 맞출 수 있다.
FF-1s로 찍은 사진 스캔. 무보정 리사이즈.
일산, 겨울나무 1
FF-1s로 찍은 사진 스캔. 무보정 리사이즈.
일산, 겨울나무 2
FF-1s로 찍은 사진 스캔. 무보정 리사이즈.
일산, 겨울나무 3
FF-1s로 찍은 사진 스캔. 무보정 리사이즈.
일산, 겨울나무 4
필름카메라.
요즘엔 다들 귀찮아서 안씁니다.
일부 전문가들이나 카메라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아직까지 필름카메라를 쓰고 있지만
확실히 필름카메라는 귀찮기때문에 멀리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야 아무런 설정도 필요없이 그냥 피사체에 대고 셔터만 눌러도
어느정도 수준의 결과물은 뽑아주니까,
그리고 그것을 간단히 메모리카드에 넣어서 즉시 인화지에 출력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나 역시 대학생 때 단순하게 생긴 30만화소짜리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해서 쓴후로
필름카메라를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디지털카메라는 원하는 것을 맘대로 찍을 수 있고 필름 낭비도 없으니 경제적이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애착은 300만화소짜리 작은 카메라를 거쳐서
니콘의 쿨픽스995, 4500, 5700으로 이어졌다.  
니콘 DSLR인 D70, D50 까지 쓰다가 미놀타로 넘어갔다.
미놀타가 없어지고 몇해 전 소니로 넘어가기 전까지 미놀타에서 나온 DSLR을 거의 다 써본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은 너무 잘나왔어.  내가 당시에 보고 느꼈던 그 인상이 아닌데?'
그렇다.  사진은 추억을 담고 인상을 기록해야하는 것인데
어느때부터인가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멋진 사진을 보여주는 용도로 변질된 것이다.
더 값비싼 장비를 갖추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자랑삼아 보여주면 왠지모를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 생각은 완전히 잘못 된 것이다.
비싼 장비와 무거운 렌즈에 짓눌려 내가 실제로 보고 느낀 인상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오랫동안 쓰지 않던 필름카메라 하나를 꺼내서 다시 필름 한롤을 찍었다.
인화된 결과물을 본 순간 알았다.  바로 이것이 내가 마음으로 새긴 인상이라는 것을.
사진기는 담뱃갑만한 크기로 리코에서 나온 FF-1s 라는 기종이다.
리코는 지금도 꽤 괜찮은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한다.
FF-1s는 1980년에 생산됐고 렌즈 침동식 FF시리즈 라인에선 나름 고급기종에 속한다.
그렇다고 해봐야 가장 큰 차이점은 FF의 초기모델에 없던 셀프타이머 기능이 추가 된 것이다.
렌즈는 F2.8 에 35mm 단초점이니까 재빠르게 스냅사진을 찍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이 작은 카메라가 노출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A모드까지 갖추고 있어서 무척 편리하다.

물론 목측식카메라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가.
가장 큰 불편함은 '목측' - 말 그대로 피사체와의 거리를 그냥 눈대중으로 판단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요즘 아무리 허접한 디지털카메라에도 다 있는 자동 AF기능이 당연하다는 듯이 빠져있는 카메라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 때로는 편리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느정도 목측식에 감이 익으면 디지털카메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순간포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대신 찍는 사람의 감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디지털 기기도 사람이 느끼는 감을 따라올 수는 없는 법이다.
마치 수퍼컴퓨터로도 시(詩)를 제대로 번역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편리하고 빠른 디지털세상에 오랫동안 빠져살고있는 우리 모두는,
정작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있지않나 하는 생각을 깊이 해봤다.
어떤 사람이 가진 인상과 감을 정확한 수치로 표현하거나 포토샵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걸 알면서도 계속 그 길을 가고 있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

참고로, 위 사진은 이번에 찍은 것을 코스트코에서 간단히 스캔받은 것 중 일부다.
필름은 코닥의 BW400CN을 썼다.  
BW 는 'Black, White' 의 앞자이고 400은 ISO가 400이라는 뜻. 마지막 CN이 이 필름의 특징이다.
보통 흑백필름은(Tmax400 같은) 컬러 현상방법과 달라서 일반 동네 사진관에서는 현상할 수 없다.
충무로에 있는 몇몇 대형 인화업체에 필름을 맡겨야하고 비용도 만만치않다.
하지만 BW400CN은 재밌게도 컬러현상액을 그대로 쓰면서 결과는 흑백으로 나온다.
그래서 CN 은 'Color, Negative'의 약자인 것이다.
따라서 현상비용도 적게 나오고 손쉽게 동네 현상소에 맡길 수 있다는 장정이 있다.
이와 비슷한 필름으로는 Ilford(일포드)의 XP2가 있다.  일포드의 필름은 코닥에 비해 약간 더 입자가 거친 편이다.
물론 제대로 된 흑백의 맛을 보려면 Tmax 같은 흑백전용으로 나온 필름을 쓰는 게 좋다.
    
제목: 리코 목측식 필카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13-02-14 14:40
조회수: 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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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F0671.jpg (51.9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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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경   2013-02-14 14:48:17 [삭제]
아, 리코 카메라 사려고 망설였던 날들 떠올라요. 사진 보니 역시 필름카메라만의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2013-02-14 15:03:06
류미경// 리코의 색감이 매력적이죠. 그래서 저도 한동안 느린 AF를 감내하면서 리코 디지털카메라를 썼었죠ㅠ.ㅜ
이기란   2013-02-14 22:22:46 [삭제]
아날로그 신호로 보고싶다*_*현상안하세요?ㅎ
  2013-02-14 22:43:45
이기란// 인화했음.위의 사진은 그걸 스캔한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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