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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고등학생 환영
내가 고등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학교 근처 당구장 입구에는 늘 학생지도 선생님이 지키고 서있었다.  고등학생이 당구장에 출입한다는 건 곧 '불량학생'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당구를 좀 치는 애들은 늘 마음을 조리며 당구장에 출입했다.  물론 선생님들 눈을 피해 당구장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맘 놓고 당구를 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당구장 안으로 선생님들이 들이닥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학생부에 끌려가서 받게 될 벌과 매질은 당구장 입구에서 잡힌 것 보다 더 수위가 높다.  도대체 왜 당구를 친다는 게 불량한 행동이라는 인식일까?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나름 착실한 학생(혹은 겁 많은 학생) 이었던 나는, 당구장에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당구를 칠 줄 모른다.  이런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앞 당구장 입구에서 지도 선생님에게 걸렸던 일이 생각난다.  나는 단지 거기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거기가 2층으로 올라가는 당구장 입구인지도 몰랐다.  헌데 선생님은 내가 거기 그냥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잡았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학생증을 뺐겼고 다음날 학생부 사무실로 찾으러 오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들어야했다.

다음 날, 학생부에 가니까 몇몇 아이들이 나와 비슷한 이유이거나 혹은 실제로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다가 걸려서 잡혀와 있는 게 보였다.  먼저, 겁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당구를 치다가 걸린 아이들부터 매질이 시작 됐다.  당시 학생부 선생님은 대걸레자루 절반 자른 것을 주 무기(?)로 사용했는데, 그건 보통 대걸레 자루와는 달랐다.  그 몽둥이가 만들어진 내력은 모든 아이들이 다 알고있는 바 공포의 대상이었다.

먼저 튼튼한 대걸레 자루를 구해서 그걸 소금물에 하루 정도 절인다. 그런다음 햇빛이 뜨거울 때 옥상에서 바짝 말린다.  바짝 마른 대걸레 자루를 다시 이번엔 좀 더 농도가 짙은 소금물에 하루 정도 절인다.  다시 옥상에서 바짝 말인다.  이런 일을 몇번 반복하면 대걸레 자루는 나무라기보다는 쇠 몽둥이 처럼 단단해진다.  물론 나무이기 때문에 쇠 몽둥이 보다 휘두루기에 적당히 가벼워진다.  게다가 쇠 몽둥이와는 달리 나무의 탄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에 맞는 순간 고통은 정말 지옥 유황불이라고 해도 심한 말이 아니다.

물론 나는 그 몽둥이로 이제껏 맞아 본 일이 없었다.  그저 맞아본 아이들의 걸출한 무용담(?)을 들었을 뿐이다.  앞에서 빡빡 소리를 내면서 아이들이 맞고 있는데 그걸 보고 있기만 해도 내 허벅지가 아려올 정도였다.  나는 그런 지옥같은 분위기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이를 악 물고 서있기만 했다.

마침내 당구를 치다가 걸린 아이들 매질이 다 끝났다.  아이들은 일어서서 걷지도 못할 정도가 됐다.  교복 바지 위로 피가 스며나온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선생님은 숨을 헉헉 쉬면서 다른 아이들을 노려봤다.  그리고 수위별로 벌을 정해줬다.  당구장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붙잡혀온 나는 한 달동안 점심시간 내내 책가방을 매고 운동장을 뛰라는 명령을 받았다.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운동장에 뛰어나가라는 말이다.  물론 점심도 먹지 말고.  나는 뭐라 말도 못하고 그저 그런 무서운 분위기에 밀려서 그대로 학생부실에서 쫒겨났다.

실제로 나는 한 달동안 점심도 못먹고 운동장을 빙빙 돌았다.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면 반항한다며 더 맞을 게 뻔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한달동안 운동장을 열심히 빙글빙글 돌았다.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면서 말이다.

오늘 아침에 책방으로 출근하는 길에 길모퉁이에 당구장 광고판이 눈에 보였다.  아래쪽을 읽어보니 고등학생은 이용요금을 저렴하게 해준다는 거다.  세월이 참 많이 변했다고 말하면 좀 건방진 얘기겠지만, 어쨌든 요즘엔 고등학생들이 자유롭게 당구장에서 당구도 치고 그러는가보다.  이런 광고판을 보니까 나는 이 십년 전 그 때가 갑자기 생각나서 또 한번 억울한 감정이 생겼다.  하지만 누가 그런 억울함을 풀어줄건가?  그 때가 아니었으면 풀지 못했을 일이다.

청소년들은 더 당당하고 자유로워야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거기에도 어느정도 선이 있겠지만, 당구 좀 쳤기로소니 소금으로 절인 대걸레 자루로 허벅지를 맞아야 되겠나?  그리고 거기 당구장 입구에 그저 서 있었다는 이유로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하겠냐 말이다.
    
제목: 불량 고등학생 환영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09-12-14 11:39
조회수: 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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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나야   2009-12-18 21:09:53 [삭제]
ㅎㅎ..불량배가 당구장에 많으니 당구장이 안좋은 인식으로 변질되서 못가게 한거아닐까요?
  2009-12-19 19:11:46
그런건가요? ㅎㅎ 저는 뭐, 청소년 시기에 한번도 당구장에 안가봐서... 거기 불량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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