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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각을 가질 권리
버스 정류장에서 발견한, 멍하게 눈뜨고 침흘리는 벽돌
당신은, 그리고 당신들은 내가 이 이미지들을 바라보면서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하는 이야기들을 결코 모를 것이다.
-  마리-프랑수아즈 플리사르, 자크 데리다 《시선의 권리》, 101p, 아트북스, 2004년 6월


산다는 것은 무얼까?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산다는 것 자체는 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을 활용해서 죽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무미건조하다.  그러나 산다는 것에 대한 해답을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원스럽게 내놓지 못했다.  많은 철학자들이 머리 싸매고 연구하는 기본적인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 도저히 끝나지 않을 이 문제는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 같은 거다.

많은 사람들이 왜 사는가 하는 문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종교에 의지한다.  아무래도 이런 문제라면 평범한 사람보다 신(神)에게 물어보는 게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신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어느 날 신이 우리 앞에 턱하니 나타나서 삶에 대한 해답을 던져준다면 어떨까?  솔직히 그 이후부터는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신이 가르쳐 준 정답대로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가치관을 갖고 살기 때문에 재미, 슬픔, 희열, 분노 등 많은 감정이 얽혀 복잡한 판을 이룬다.

이런 삶을 통해 우리 앞에 나타난 현실은 곧 ‘사실’이다.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현실이 모두 사실인 건 아니다.  우리는 눈으로 현상을 목격하면 그것을 100%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상은 먼저 우리 감각기관을 통해 그것을 인지하도록 만든다.  그 다음은 짧지만 아주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백이 면 백 모두 다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에(마치 손가락 지문처럼) 현상을 대하고 난 다음에는 각자가 생각하려는 의도를 반영하여 뇌 속에 이미지를 저장시켜둔다.  그 이미지는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경우 다른 현상을 목격했을 때, 뇌가 명령하는 것에 따라 다시 끄집어내 그 현상을 이해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현상을 목격하더라도 사람마다 다 다른 생각을 가진다는 말이 있다.  이런 것을 빗대어 나온 ‘한 이불 두 생각’,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등 우리 속담도 있다.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다는 건 어찌보면 이렇게 당연한 일이다.

길을 가다가 버스정류장 옆 화단에 있던 벽돌을 보고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보고 그저 ‘벽돌이 하나 떨어져 있군.’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또 다른 사람은 그보다는 더 의미를 발전시켜, ‘떨어진 벽돌에 페인트가 묻어있군.’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벽돌을 보고 사람 얼굴모양, 정확히 말하면 멍하니 눈을 뜨고 어느 것에 정신이 팔려 벌린입 한쪽으론 침을 질질 흘리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상상했다.  도대체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한 건 내 자유니까 내버려두기 바란다.

그래, 자유!  이건 대단히 중요하다.  단지 길에 떨어진 벽돌만이 아니라 우리는 수많은 현상을 경험하면서 자유롭게 생각할 권리가 있다.  더 나아가서 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설명할 권리도 있다.(물론 반대로 이 말을 듣지 않거나 설명을 거부할 권리도 있지만)  누구라도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시당하거나 그 생각을 못하도록 억압당할 이유가 없으며 그렇게 할 권리나 권한을 가진 존재도 세상에 없다.

그런데 요즘 신문이나 TV를 보면 이렇게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상대방을 욕하고 싸우는 걸 많이 본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으면,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나온 가치관이 옳다고 믿으면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집단이 가진 생각은 무조건 틀린 거라고 한다.  더 나아가 다른 생각이나 가치를 갖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들, 집단들 사이에 경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이런 경계 짓기에 익숙해진 민족성을 알게 모르게 훈련받았다.  단일민족(사실은 꼭 그렇지도 않지만)이라는 자부심이 오랫동안 다른 민족에 대한 배타심을 키웠고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생을 거치면서 그런 배타심은 집단을 보호하는 경계 짓기에 이용됐다.  일본을 싫어하고, 북한을 싫어한다.  그것은 일본 제국주의와 북한 공산주의라는 이념문제에까지 연결되어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1980년대까지 사회 거의 전부를 강하게 옭아맸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보면 이, 삼십 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굉장히 자유로운 것 같지만 여전히 개인이나 집단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있어서는 억압을 많이 당한다.  강을 정비하여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그 옆으론 공원을 만든다면 사람들에게 이득이 될까?  그럴 수도 있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강을 파헤치고 높게 보를 세우면 당장 그 주변 환경은 파괴될지 모른다.  그런데 강 정비하는 국가사업을 지지하는 쪽 얘길 들어보면 환경 파괴에 대한 다른 집단들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한다.

그 외에도 예는 얼마든지 있다.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만들면 어떨까?  세종시 문제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 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기타 등등.  상황과 현상은 다 똑같다.  그렇지만 이를 두고 생각하는 관점은 모두 다르다.  이 다름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아름다운 세상은 한 가지 생각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각들이 숲처럼 서로 어울리는 공간이다.
    
제목: 다른 시각을 가질 권리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10-02-25 16:51
조회수: 8733 / 추천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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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번즈   2010-02-28 12:03:14
기홍-입이삐뚤어진 로봇같아요.
기영-침 흘리는 사람 같아요. 저도 뚤어지게 보니까 침을 흘리는 사람같아요.
  2010-03-01 12:10:26
사각형 벽돌이니까 로봇같다는 것도 재미있는 상상이네요. 저는 로봇이란 상상은 못했는걸요? ^^
서현진   2010-04-06 21:27:09
세로로 보면 어떤 모양이 될까요?


전 나비로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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