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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이
사람은 그렇게 사는거다 민철아. 너 처럼 멋있게 사는거다.
민철이는 나보다는 한 살이 어리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나와는 친구이다시피 지내는 사이다.  교회 청년부에서 만난 민철이는 그 나이 또래의 남자가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한 살 나이가 많은 형들과 터놓고 지내게 되었다.  둥글둥글한 얼굴에 남자다운 카리스마도 있고 결단력, 의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참 멋진 녀석이다.

그러나 민철이는 곁에서 보기에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산다.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민철이는 몇 해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얼굴과 몸이 온통 검게 되어서 암으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병원에 힘없이 누워계신 민철이 어머니를 뵌 적이 있는데,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그 후로 민철이는 참 열심히 살았다.  여행사에 다니면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았는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의지가 되었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돈은 다 잃었다.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하나님도 참 한심하시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철이는 참 열심히 살았다.  민철이도 하나님에게 불평을 했을까?  그 불평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최근에 민철이는 가까스로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일 톤 트럭 한대를 샀다.  몇 사람과 상주에서 참외를 떼어다가 나눠서 싣고 참외장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교회에서 얼굴을 보이신지 오래되어서 어찌된 영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 그 분은 키가 작고 단단한 이미지의 건강한 분이셨는데 어떻게 그런 병에 걸리셨을까.  이번에도 민철이 아버지가 누워계신 서울 아산병원에 들러서 뵙고는 하나님도 참 한심하시다 생각했다.

세상에 말이지, 남 등쳐먹고, 못 된 짓 하고, 다치게 하고, 죽이고, 싸움질 하는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누리건만 하나님은 민철이에게 왜 그런 시련을 주셨을까.  성경책을 들춰보면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적용 구절이 있다.  단단한 쇠를 만들기 위해서 대장장이는 쇠를 뜨거운 풀무에 넣어 녹였다가 망치고 두드렸다가 찬 물에 담구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그렇게 적당히 반복하다보면, 대장장이의 정성이 합쳐져서 맑고 깨끗하고 단단한 정금(正金)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사는 것도 이와 같다는 비유다.  하긴, 성경책은 신기하게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것에 다 딱 들어맞는 구절이 있다.  그래서 더 화가 나기도 하는 모양이다.  마치 수업시간에 농담 한마디 없이 책만 읽고 끝나는 국민윤리 시간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  사람이 사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을.  자기 마음대로 세상이 되어지면 그런 난장판이 또 없을 거다.  사람이 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 하나도 우연은 없고 필연적이다.  민철이에게 지금 일어나는 일들도 마찬가지로 그 자신의 삶 속에 있는 커다란 계획 중 아주 작은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들은 나에게 일어 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필연적인 사건이다.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다.  거기서 힘을 얻고,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는 사람 - 사람이다.  다행히도 민철이는 내가 알기로 멋진 사내다.  힘든 일도 많고 어이없는 필연 속에 내 던져진 운명이라 할지라도 민철이는 참 멋지게 살아왔다.  인생은 밀려오는 파도다.  인생에 있어서 시련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어린 애들은 소리를 지르며 해변으로 뒷걸음 질 친다.  저 앞 쪽에 보이는 민철이는 파도 앞에서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틴다.  온 몸으로 파도를 둘로 쪼개버린다.  차가운 포말을 주먹으로 쳐서 날려 버린다.  참 멋있는 모습이다.  사람 사는 게 이렇게 멋이 있다.

2005.05.24
    
제목: 민철이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07-02-11 15:01
조회수: 3172 / 추천수: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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