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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알수 없는게 사람이지만,
그만큼 알아가고 싶은것도 사람이다
성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교회를 다니면서 알게 된 친구다.  별로 말이 없으며 생각이 많은 스탈일로 나와는 꽤 잘 어울리는 톱니바퀴다.  닮은 점은 별로 없지만, 그래서 더욱 싫증이 나지 않는 친구다.  오래 전에, 이 녀석은 내가 부러워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부분에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  애초부터 머리가 좋았던 것인지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능이라는 제도가 처음으로 시도 되었던 그 해에 내가 상상치도 못할 높은 수능 점수를 받고는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단번에 들어갔다.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다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역시 중간 정도의 수능 점수를 받았고 한 번 재수를 한 후에 이 년제 전문대학에 들어갔다.  성수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언어 연수도 다녀왔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도 많이 벌었다.  그 시기에 나는 전문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용산역에 있는 상가에서 컴퓨터를 팔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컴퓨터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인 사운드 카드를 팔았다.  그 외에도 잡다한 직업을 많이 거쳤다.  그 후로 성수는 자기가 계속 할 것은 결국은 공부라고 생각했는지 지금은 회사를 접고 얼마 전 부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계속 회사를 다니며 달마다 통장에 백 몇 십 만원씩 들어오는 돈을 보며 즐거워하는 생활을 계속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최근엔 뭐하는지 통 만날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가면 만나기도 하는데 만나도 별 말 없이 얼굴만 보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도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신기한 친구다.  그렇게 연락이 없다가도 필요한 일이 있을 때는 발 벗고 도와주러 오는 게 바로 성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표정 속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미 말 하지 않아도 무언으로 느낄 수 있는 바람처럼, 먼지처럼 오래된 친구가 된 것일까.

성수에게는 궁금한 것도 많은데 한 번도 물어 본 적이 없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집중적으로 물어봐야겠다.  도대체 이 녀석이 어떻게 오래된 ‘가요톱텐’의 가요 인기 순위를 날짜별로 외울 수 있는지, 그리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적을 어떻게 하면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지도 말이다.

그리고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나누었던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더욱 진지하고 깊은 말들로 우리의 마음을 나눠봐야겠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산위에 올라가서 바람을 맞듯이 이 녀석을 두 팔 벌려 가슴에 안아보고 싶다.

2005.04.05
    
제목: 성수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07-02-11 14:54
조회수: 3428 / 추천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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