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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다르다
최근에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을 읽었는데 정말로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은 즉시 리뷰를 작성하는 버릇이 있는 나는 두 권으로 되어 있는 적지 않은 분량의 소설책을 다 읽기가 무섭게 컴퓨터를 켜고 리뷰를 썼다.  다 쓴 리뷰를 내 홈페이지와 가끔 나에게 우수 리뷰자로서 오 만원 정도의 상금을 내려주는 고마운 인터넷 서점 yes24에 등록했다.  yes24에는 이미 20건 정도의 리뷰가 올라온 상태였다.  예상 했던 대로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서 별 네 개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준 것이 보였다.  지금이 7월이고 책은 2005년 3월에 나온 것이니 꽤 최근의 신간인데 벌써 20여건이나 리뷰가 올라왔다니 정말 발 빠른 독자들이 꽤 되는 구나 세삼 놀랐다.  심심풀이로 그동안 올라온 다른 사람의 리뷰를 찬찬히 읽어봤다.  그런데 칭찬 일색인 이 책의 평가에 유독 별 두 개의 점수를 주면서 혹평을 한 독자가 내 눈길을 끌었다.  관심을 가지고 리뷰를 읽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별 두 개를 줄 수밖에 없을 만큼 악평이었다.  악평이다 못해 흑마술사의 저주의 글 같다.

리뷰를 읽어보니 그가 이 책을 혹평 한 이유는 순전히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 때문이었다.  소설에는 특히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다.  게다가 그렇게 대화 위주로 글을 이끌어 가는 것은 저급한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 사람은 이런 저급한 소설을 왜 읽었을까?  친절하게도 그것에 대한 해석도 달아 놨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이만한 소설도 나오질 않으니 외국의 소설이라도 읽어서 한국 작가들에게 일침을 가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이어지는 다음 문장에서 한국의 소설 작가들을 싸잡아서 비난했고 그렇게 비난하는 자신에 대해서는 훌륭한 독자라고 평가했다.  도대체 훌륭한 독자에게 어울리는 작품을 좀 써달라는 식으로 리뷰를 끝마쳤다.

소설은 이야기고 이야기는 글이고 글은 그 형체가 없다.  마치 어린 아이가 맑은 날 놀이터에서 비누방울 놀이를 하는 것과 같다.  비누방울의 재료가 되는 끈끈한 액체를 적당히 대롱에 묻혀서 입으로 훅 하고 물면 각양각색의 방울들이 하늘을 날다가 터진다.  그런데 어느 누가 그런 비누방울들 중에서 어떤 방울을 예쁘고 또 어떤 방울을 밉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가?  비누방울은 작건 크건, 모양이 동그랗건 길쭉하건 모두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거다.

책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도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작가 ‘귀여니’가 성균관 대학교에 특차로 입학한 것을 두고 욕을 해대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귀여니의 소설에 밤을 지새운다.  황석영의 글을 두고 우리 역사에 남을 만한 작가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직도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소설 태백산맥은 불과 얼마 전에야 그 사상성에 대한 올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이 지은 것을 사람이 평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다양한 글들이 나오는 것이고 그 글 안에서 또한 우리가 겪지 못한 다양한 인생을 만나 볼 수 있으니까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세상에 훌륭한 작가, 훌륭한 독자가 또 어디 있을까?  누가 그것을 평가하며 그 기준을 누가 만들 것인가?  그거 알고 보면 다 그러그러한 사람이 하는 거 아닌가?  다양한 것을 인정하고 함께 인정하는 세상이 오면 그런 다툼과 평가 같은 것들도 자연히 없어지리라.

그러나 글이 글 마다 다르듯 사람도 그러한 것 아닌가.  글을 혹평하든 찬양하든 그건 또 사람의 몫이다.

2005.07.08
    
제목: 사람은 다 다르다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07-02-11 15:31
조회수: 3892 / 추천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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