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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아파트
동네 언덕에서 바라 본 스카이 아파트
스카이 아파트 입구
'정릉'이라고 하면 얼마 전 영화 배경으로도 나온 곳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그 옆동네인 '배밭골'은 잘 모른다.
옛날엔 배 나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1980년대에만해도 배 나무는 거의 없었다.
가수 조동익이 1994년에 발표한 앨범 [동경]에는
'노란 대문'이라는 곡이 들어있는데 이 곡의 부제가 '정릉 배밭골 70'이다.
바로 1970년대의 배밭골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래 가사를 실었으니 잠시 감상해보라.

맑은 개울을 거슬러 오르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 동산을 오를때면
저만치 소를 앞세우고 땀흘려 밭을 일구시는
칠성이네 엄마 집에 도착하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노란대문
생각 만해도 내 입가에 웃움짓게 하는 그 문을 두드리면
제일 먼저 날 반기던 강아지
마당엔 커다란 버찌나무
그 아랜 하얀 안개꽃 해질무렵 분꽃이 활짝피면
저녁준비에 바쁘신 우리 할머니
저만치 담밑엔 누군가 살고 있을 것같은
깊고 차가운 우물 두레박하나가득 물을 담아 올리면
그 속엔 파란하늘
난 행복했었지 하얗게 춤추던 안개꽃
난 사랑했었지 그곳을 떠다니던 먼지까지도
노란대문 생각만해도 내입가에 웃음짓게하는
그 문을 두드리면...   (조동익 / 노란 대문)

과연 이곳이 서울인가, 버스 타고 30분만 나가면 종로인데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무리 1970년대라도 해도 시골같은 느낌이 든다.
이 곳을 가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내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건 배밭골 언덕 위 우뚝 솟아있던
'스카이 아파트'의 존재다.
스카이 아파트는 그 멋진 이름과는 달리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건물이다.
얼마전 관청으로부터 붕괴위험이 있는 건물로는 가장 마지막 단계인 E등급을 받았지만
여전히 거기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은 처음부터 거기 살고 있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왜 거길 떠나지 못하고 있을까?
복잡한 문제가 있다.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다.
아래 오마이뉴스 기사를 한번 보면 약간 감이 올 것이다.
링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28640

내가 어렸을 때 같은 반 친구가 이 아파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몇 번 이곳에 놀러갔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당시에 아파트라고하면 나는 정릉 청수장 입구에 있는 '산장 아파트' 밖에 아는 게 없었다.
산장 아파트는 정릉에서도 부자들이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이 그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그곳도 역시 가봤는데
스카이 아파트와는 너무도 달라서 놀랐다.
산장아파트가 가스레인지를 쓰고 눈에 보이는 난방기구 없이도 방이 따뜻했던 반면
스카이 아파트는 아궁이에 연탄불을 올려서 음식을 만들고 난방을 했다.
쾌적하고 현대적인 느낌인 산장아파트와 달리
온통 시멘트와 철근구조로만 지어진 스카이 아파트는 왠지모를 위화감마저 들게했다.
하지만 나는 스카이 아파트 친구와 더 친해서(걔는 체구가 매우 작은 여자 아이였다.) 배밭골에 더 많이 놀러갔다.
배밭골은 스카이 아파트를 포함해서 참 멋진 구석이 많은 동네다.
골목골목 멋진 집과 (당시 정릉과 비교하면) 잘 닦인 도로들이 있어서 편안하고 조용했다.

가끔 이곳에 찾아가면, 그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있는 것에 당황한다.
스카이 아파트는 곧 철거를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기 사는 사람은은...?
길과 건물은 낡으면 고치고, 고치지 못하면 부수고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어떤가?  이들은 숨이 붙어있는 생명이다.  뜯어고칠 수 없다.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가장 확실한 건, 한 두사람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것보다
백 명, 천 명이 작은 관심을 보인다면 우리가 모두 함께 어울려 살 길이 보인다는 믿음이다.
    
제목: 스카이 아파트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13-05-08 15:50
조회수: 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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