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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앞에 선 남자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이렇게 서서 신문을 읽고 있다
광화문 넓은 도로 네거리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근처 어학원의 학생들, 회사원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를 찾은 사람들, 커피빈이나 오봉펭에서 차를 마시려는 사람들, 세종문화 회관에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정부 종합청사 직원들...  모두 생각하여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전시장처럼 오고가는 곳이 광화문 네거리다.  

나는 영풍문고에 들러서 책을 좀 보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가기 위해서 교보문고 쪽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동아일보 신문사에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오늘의 신문을 걸어둔 게시판 앞에서 유심히 뭔가를 들여다보는 사람을 만났다.  팔을 뒤로 하고 편안하게 신문을 보는 모습이 바쁘게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서 눈길을 끈다.  신문 게시판은 횡단보도가 있는 쪽으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이 게시판을 인식하지 못하고 급하게 길을 건너기 마련이다.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이 앞에 다다르면 더욱 급해지는 모습이다.  길 건너편에는 높은 곳에서 이런 풍경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서 있는 충무공이 있다.  흡사 광화문은 충무공이 연전연승을 거두던 소용돌이치는 남해 바다의 그것과 같다.  사람들은 제각기 섞여서 이 길 저 길로 몰려다니다가 한 순간 물길이 터지는 곳으로 갈라져 떠내려간다.  그런 상황 속에서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신문을 보고 있는 이 분은 거칠게 하구를 향하여 몰아치는 강물에 힘차게 솟아있는, 수 천 년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며 강물을 가르며 살아가는 건강한 바위다.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가 아홉시를 기다린다.  그리고 말끔한 신사복 차림의 남녀가 무표정하게 전하는 뉴스를 볼 것이다.  그렇게 뉴스를 위해서 하루에 한 시간을 투자한다.  언제부터일까, 우리가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일로 하루에 이 십 사분의 일 만큼의 시간만을 사용한 것이.  거리는 개인적인 시간들로 넘쳐난다.  그러면서 세상의 전체적인 모습은 점점 개인에게서 멀어진다.  옛 사람들은 사회를 알기 위해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주를 발견하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고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즐겁게 생각했다.  지금의 세상은 그만큼 우리에게서 멀어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이미 다 알아버린 세상의 일들이 다 커버린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알아야 할 필요도 없어진 것일까.

2005.04.12
    
제목: 신문 앞에 선 남자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07-02-11 14:55
조회수: 3235 / 추천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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