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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관의 숨
요즘 그의 음반을 귀로 듣고 악보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듣기로는 쉽지만 정작 음표를 그리기에는 만만치 않은 곡들이 꽤 있다.
홍순관의 노래는 ‘숨’이 있다.  사람들이 내 쉬는 숨.  꽃과 나비가 내 쉬는 숨.  나무가 내 쉬는 숨.  하늘이 내 쉬는 숨. 땅이 내 쉬는 숨.  가난한 마음이 내 쉬는 그런 겸손하고 고운 숨.  실제로 그의 노래 중에 ‘나는 내 숨을 쉰다’라는 곡이 있다.  남의 숨을 흉내 내서 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숨을 대신 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숨을 빼앗아 쉬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내게 주어진 나의 숨을 쉬는 것이다.  그게 홍순관의 노래에서 말하고 있는 그의 철학이다.

그 철학은 대단하지 않다.  어려운 말이 없다.  누구나 들으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말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사는 게 쉽지 않다.  화내지 않고 사는 게 쉽지 않다.  내게 주어진 분량만큼 살고 욕심 없이 사는 게 쉽지 않다.

나는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그는 노래를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  들어보면 멜로디가 참 쉽다.  노랫말도 어려운 단어가 없이 평범하다.  그래서일까?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로 맵고 짜고 강렬한 음식만을 먹다보니 집에서 아내가 해 주는 천연 조미료를 넣은 음식이 처음엔 너무 싱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그의 노래를 처음 들으면 이 맛도 저 맛도 없이 싱겁게 들린다.  그런데, 천천히 숨을 고르듯이 부르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어느새 그의 숨소리에 마음이 차분해 진다.  그리고 노래 소리와 함께 우리 인생의 더 진지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노래하는 것은 열정적인 사랑이 아니다.  가슴 아픈 이별이 아니고 어지러운 세상이 아니다.  그가 노래하는 것은 ‘숨’ 그것뿐이다.  내 길을 걷는 것이 남의 길을 내어 주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처음엔 아리송했는데 지금은 대강 그 뜻을 알 것 같다.  느껴진다.  아마도 그의 조용한 숨이 나에게도 느껴지나 보다.

나는 요즘 홍순관의 노래들을 악보로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는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악보가 없다보니 듣기는 좋아도 악기로 연주한다든지 할 때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음반을 귀로 듣고 오선지에 펜으로 옮겨 적는다.  그리고 컴퓨터로 깨끗하게 다시 입력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노래를 악보로 만든 다음에는 그것을 사용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홍순관의 숨에 대해서 나누고 싶다.

2005.06.01
    
제목: 홍순관의 숨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07-02-11 15:04
조회수: 3122 / 추천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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