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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플레이
가라데 복장을 한 생전의 앤디 훅
스포츠 경기 중에 'K1' 이라는 것이 있다.  처음 듣는 사람은 생소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굉장히 유명한 스포츠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 경기는 '가라데' 경기가 그 원조라고 한다.  이 경기에 나오는 무술이 주로 일본의 가라데와 태국의 킥복싱, 중국의 쿵푸 등이 주를 이루다 보니 그 영문 앞 글자를 취해서 ‘K1’이라고 한다.  혹시 '장 끌로드 반담' 이 나오는 '어벤져' 같은 영화를 본적이 있다면 쉽게 이 경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K1을 우리나라 말로는 '이종 격투기'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서로 다른 무술을 구사하는 파이터들이 권투경기장 같이 생긴 링에서 최소한의 규칙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다.  규칙의 대강은 이렇다.

1. 경기장은 사각의 링이다.(권투경기장 비슷하다.)
2. 권투 글러브를 착용한다.
3. 팔꿈치로 얼굴을 때리는 것 금지
4. 후두부(뒷머리)를 때리는 것 금지
5. 바닥에 넘어진 상대를 때리는 것 금지(슬립다운 포함)

이러한 기준 외에 따로 적용되는 규칙은 없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생긴 경기라서 그런지 가라데와 비슷한 규칙인데 얼굴을 때리면 반칙이 되는 가라데와는 달리 K1 은 얼굴을 주먹, 발, 무릎 등으로 때릴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경기는 빨리 끝나기 다반사다.  엄청난 수련을 한 파이터들이 발차기로 여러분의 턱을 가격한다고 생각해보시라!  그렇기 때문에 경기 중에 맞아서 실신을 하거나 찢어져서 피가 나고 어딘가 부러지는 사고가많이 일어난다.

이러한 K1 무대에서 영웅처럼 이름이 거론되는 파이터가 있는데 그의 이름은 '앤디 훅' 이고 스위스 사람이다.  '앤디 훅'은 일본의 '극진가라데' 에서 오랜 시간 수련을 한 가라데 파이터다.  극진가라데에서 탈퇴한 후에는 '정도가라데' 에 몸을 담았었다.  '극진가라데' 라면 그 창시자가 유명한 방학기 선생님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최영의)' 라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런 극진가라데의 회원으로 K1의 무대를 처음으로 밟은 앤디 훅은 1993년도에 데뷔한 이후 처음 3년간은 K1의 룰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정통 가라데 경기는 어떤 방식으로든 얼굴을 때리는 것은 반칙이다.  그래서 아무리 가라데를 오랜 시간 수련했다고 하더라도 얼굴을 방어하는 기술은 가라데에 많지가 않다.  그런 가라데를 연마한 앤디 훅에게 K1 의 룰은 혹독했다.  경기가 시작 되자마자 얼굴을 가격당하고 쓰러져서 패배하기를 몇 번이었는지 앤디 훅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던 앤디 훅이 드디어 1996년도 세계 K1 그랑프리에서 1위를 하게 된다.  얼굴 가격에 대한 방어기술을 익히고 특유의 발차기 기술을 발전시켜서 K1의 최강이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누구도 앤디 훅을 이길 수 없었다.  영화에 출연한 장 끌로드 반담이 최후의 일격으로 날리는 발차기가 바로 앤디 훅의 발차기 입니다.  그 모양이 마치 발로 커다란 알파벳 엑스를 그리는 것 같다고 하여 일명 'X킥' 이라고 한다.  발을 높이 들어서 상대방 머리 위에서 X 자를 그리며 떨어져 정수리, 혹은 목 주변을 내려치는 것이다.  누구든지 X킥을 맞게 되면 실신을 하거나 경기를 포기해야할 정도로 심한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앤디 훅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은 단지 그가 챔피언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격렬한 싸움판인 K1 에서 보기 힘든 '신사' 로 통한다.  심지어 그의 페어플레이는 지금껏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최고의 격투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K1 에서 경기를 하다가 어디가 부러진다든지 찢어지는 것은 거의 매번 일어나는 일이다.  그럴 때 상대방은 이기기 위해서 부러진 곳이라든지 찢어진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그래야 더 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칙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렇게 경기를 한다.  하지만 앤디 훅은 그런 방법으로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앤디 훅은 상대방의 머리가 찢어져서 피가 나면 친절하게도(?) 주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경기 중에 스스로 타임아웃을 불렀다.  상대 선수의 다친 곳을 치료해줄 것을 요구한 후에 다시 경기를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신사적인 플레이 때문에 그는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경기를 해나갔다.

그러다가, 정말 한편의 영화처럼 그가 죽는다.  2000년도의 일이다.  7월 달에 앤디 훅은 조국인 스위스에서 병원 진료를 받는다.  열이 심하게 났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스위스에서는 별다른 병명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 단순한 발열증상이려니 싶었고 그는 다시 경기를 위해서 일본으로 왔다.  일본으로 건너온 그는 일본에서 다시 받은 병원검진 결과 급성 백혈병이라는 선고를 받게 된다.  그리고 한 달 후인 8월 23일에 짧았던 청춘을 마감하게 된다.  K1 에 진출한지 7년만의 일이다.

일본인은 아직도 그를 영웅으로 호칭하고 있으며, 조국인 스위스에서는 당시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많은 국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장으로 장례를 했다.

아무리 격렬한 싸움판 에서도 페어플레이는 여전히 기억된다.  우리의 치열한 삶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들은 갖가지 권모술수로 생을 풀어나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삶을 정직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 페어플레이를 하려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대게 '꽉 막혔다'라고 한다.  인생은 치열한 싸움터라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페어플레이는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  권모술수의 삶은 피었다가 시들어버리는 아름다운 꽃처럼 금방 잊혀질 뿐이다.

2004.12.15
    
제목: 페어플레이


사진가: * http://www.2sangbook.com

등록일: 2007-02-11 14:50
조회수: 3891 / 추천수: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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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구니와 만나다
지구에서왔어요   2011-11-25 21:54:20 [삭제]
요즘 웬지 헌책방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맴돌다가 찾아와 봅니다.
글 하나 읽고 갑니다.
오늘 심야책방이라지만 다음에 시간내서 놀러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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